어떻게 현남에서 지내게 됐나요? 그 시작과 계속 오가게 된 과정이 궁금해요.
지영 원래 캠핑이 취미였어요. 캠핑이랑 같이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가 뭐가 있을까 알아보다가 서핑을 알게 됐어요. 그렇게 양양에 오게 됐죠. 바다는 너무 예쁘고, 사람은 없고, 서핑도 재밌고 캠핑도 즐겁고.
의수 그때가 2013년이에요. 그땐 죽도해변에 서핑 숍이 2개 있었어요 죽도에서 캠핑과 서핑을 하다가 너무 자주 오니까 캠핑 짐을 꺼내기도 귀찮아져서 캠핑 트레일러를 사게 됐어요. 그러다가 죽도해변에 사람이 많아지고 서핑 숍도 많아지고 하면서 트레일러를 가지고 갈 곳이 없어졌죠.
지영 어디로 가야 하지 고민할 때 같이 서핑을 하는 친구가 남애 3리 해변이 괜찮다고 해서 그쪽으로 같이 넘어갔죠. 죽도보다 한적했어요. 남애 3리에서 지낼 때에는 친구들과 시즌방 생활을 했어요. 그리고 또 친구가 갯마을 해변에 게스트하우스를 연다고 해서 갯마을해변으로 넘어가게 되고. 그 게스트하우스에서 시즌방처럼 삼삼오오 모여서 지내기도 하고, 그 게하가 문을 닫고는 그 옆에 시즌방을 구해서 현남생활을 이어갔어요. 처음 양양에서 느꼈던 한적한 바다가 주는 편안함을 찾아서 다닌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러다가 지금은 죽도해변에서 스테이를 운영하며 살고 있어요.
“…..그리고 이제 발이 묶여버린 거예요.”
죽도에서 남애 3리, 남애 3리에서 갯마을까지 그 옮겨가는 과정이 재밌어요. 어떤 계기가 있나요?
의수 그냥 흘러간 거예요. 정착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양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까 자연스럽게 머무르는 공간이 좀 더 편했으면 하는 마음이 계속 커졌어요. 시즌 방도 충분히 지낼 만 했지만 옛날 집이니까 아무래도 쾌적하진 않았거든요. 더 편하게 쉬고 싶다는 생각이 집을 좀 알아볼까?로 연결된거죠.
지영 정말 딱 말할 수 있는 계기는 없어요. ‘더 편하게 쉴 수 있는 집을 좀 알아볼까’에서 그럴거면 경제활동까지 같이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싶어서 실제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스테이를 짓는 것까지 이어졌어요.
의수 그러고는 이제 발이 묶인 거죠. 절대 못 빼는거에요. 회사원이 회사에 묶이는 것처럼. 스테이를 짓기로 하고 그 과정에 들어서는 순간 발을 뺄 수 없어요. 꼼짝없이 발이 묶인 지금은 아이도 함께 양양에 살고 있어요.
아.. 발을 못 빼는 거 군요…!? (웃음)
오가던 시기를 지나 양양에 아예 살아보니 어떤가요? 만족스러운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요?
의수 만족도는 뭐 똑같아요.
지영 똑같이 좋다는 거지?
의수 아니 뭐, 불편한 것도 있고, 좋은 건 계속 좋아요. 평소에 먹을 데도 많지 않고 사람도 없고. 그런 건 여전히 불편하죠, 뭐. 근데 늘 그랬던 거니까요. 설해원이 있는 건 정말 좋아요. 양양의 자랑스러운 설해원..!
지영 ^^.. 저는 처음에는 여기 생활이 정말 별로였어요. 저희가 현남생활을 한 지 오래됐어도, 놀러 왔다 갔다 했을 때 랑 진짜 와서 살아보니까 너무 다른 거예요. 먹을 데 없는 건 당연하고, 광교에서 지낼 땐 길거리에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사람도 많고, 아이 나이와 비슷한 친구들도 많았는데 여기엔 할머니,할아버지밖에 없는…
근데 이제 몇 개월 살면서 아는 얼굴도 생기고, 친해지는 사람이 생기면서 지금은 삶의 만족도가 옛날과 비슷하거나 더 높아진 것 같아요. 특히 예상하지 못했던 어린이집이 문을 열었는데 시설이 너무 좋고, 선생님도 그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도, 부모들도 다 좋아요. 부모나 아이의 상황 같은 것들이 저희 부부와 비슷하더라고요. 안심이 확 되면서 만족도가 급상승했어요. 불안했던 요소였거든요. 어린이집이 어떨까 하는 게. 아이가 중요하니까요.
안심할 수 있는 공동체와 생활을 공유하는 것이 확실한 안정감을 주는 것 같아요.
지금 살면서 양양에 필요한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지영 저는 아이를 키워서 그런지 공원이 제일 먼저 떠올랐어요. 걸을 곳이 없어요. 아이 유모차를 끌 수 있는 거리도 없고. 아이가 없을 때는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긴 한 데 아이와 함께 갈 수 있는 곳들을 찾게 되더라고요. 양양 읍내에 있는 송이조각공원이나 강릉에 새로 생긴 솔올미술관도 다녀왔어요. 즐길 거리가 있는 넓은 공간이 현남안에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해요.
의수 현남 내에는 움직일 수 있는 곳이 별로 없죠. 설해원 뿐..
“생활권이 확장되기에 좋은 곳이에요.”
궁극적으로 양양에서의 삶에 그리고 있는 미래의 모습이 있을까요?
지영 저희는 아이를 키우니까 아이의 교육에 신경을 쏟아야 할 때가 오면 도시에서의 삶의 비중이 더 커질 것 같아요. 지금은 아이가 어리니까 양양에서 살고 있지만, 그 때가 오면 또 도시와 양양을 오가는 생활을 하게 될 거 같아요.
의수 완전히 양양에 내려왔다고는 생각 안 해요. 궁극적인 목표는 도시와 양양을 오가는 생활을잘하고 싶다는 것.? 양양에서도 경제적인 활동을 계속 해나갈 수 있다면 좋고요.
지영 여기가 생활권이 확장되기에 좋은 곳인 것 같아요. 처음엔 양양고속도로도 없었는데, 지금은 양양고속도로도 생기고 계속 좋아지고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