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생 인 터 뷰 – 로 컬 리 스 트

어떤 소속감이 느껴졌어요

“끌어당겨주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렇게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 덕분에 현남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어요.”

박경민 @kmin_iminimi
92년생 / 현남생활6년차/ 이주1년차 / 직장인

어떻게 현남에서 지내게 됐나요?

경민 그냥 서핑이 하고 싶어서 였어요. 제가 충주에서 살았는데, 지방에 혼자 있어서 심심했어요. ‘주말을 채우고 싶다. 뭐하지?’ 하면서 찾아본 게 서핑이었어요. 워낙 물을 좋아하기도 하고 잘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때가 2017년이었는데, 이미 죽도에 서핑 숍이 많이 있었고, 유흥과 소비가 주가 되기 시작하는 분위기였어요. 그래서 서핑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곳을 알아보다가 서핑만 할 것 같은 그 옆 갯마을 해변에 있는 서핑 숍으로 찾아갔죠. 그렇게 처음 와서 지금 5년이 넘도록 현남생활이 이어지고 있어요.

 “같이 주말 현남생활을 하면서 어떤 소속감이 생긴 것 같아요.”

현남생활을 계속 이어가게 된 과정이 궁금해요.

경민 초기에 서핑에 재미를 느끼고 빠지게 된 건 평일에 일하면서 쌓인 힘들고 지친 마음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었어요.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지속하게 한 건 사람들이었죠. 서핑을 매주 하다 보니 바다에서 사람들이랑 인사하게 되고, 서핑 숍에서 자주 마주치는 얼굴들이 생기고, 저를 끌어당겨주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서핑하고, 씻고, 자고 같이 주말을 보내다 보니 친해질 수밖에 없기도 해요. 서로의 서핑을 응원하고 주말 현남생활을 하면서 어떤 소속감이 생긴 것 같아요. 친척끼리도 명절에만 만나는데 어쩌면 주말마다 만나는 이 사람들이 가족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사람들과 돈독한 주말 현남생활을 하다가 지금은 강릉에 살고 있어요.

아예 이주를 하게 된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경민 아예 이주를 하게 된 것 현남면이 고향인 남자친구와 결혼을 하게 돼서예요. 사실 결혼 얘기가 나오기 전에 이주를 생각했던 적이 있어요. 주말 현남생활을 한 지 2년에서 3년쯤 됐을 때, 이직을 해야 하는 타이밍이었고 내가 좋아하는 이 동네에 오면 어떨까 싶었죠. 실제로 반 년 동안 여기서 일할 곳을 찾아봤어요. 얘기하자면 길지만 결론은 여기서 괜찮은 일자리를 찾을 수 없다 였어요. 돈도 벌고, 직무역량을 쌓으며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일이요. 그래서 평일 직장 생활, 주말 현남생활을 4년 정도 더 하고 결혼을 하면서 이주하게 됐어요.

지금은 일할 수 있는 곳이 생겼나요?

경민 결혼을 하면서 퇴사를 생각하긴 했지만, 지금은 타이밍이 좋게도, 원래 일하던 회사의 업무를 재택으로 하고 있어요. 반 년간의 현남에서 직업탐색의 기간을 가지고 이 지역에서 일하고 살려면 자기만의 분야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회사 생활을 하면서 회사를 떠나도 나에게 남을 수 있는, 나만 할 수 있는 업무적인 능력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을 계속 했던 것 같아요. 운이 좋게도 지금 그렇게 되어서 재택으로 일을 하게 됐어요. 앞으로 어떻게 더 이어갈지, 어떤 일을 어떻게 더 할 수 있을지는 고민이 필요하지만요.

현남에서 생활을 했는데 주거지는 강릉에 구했군요. 그 이유가 뭐였나요?

경민 남편은 본가가 현남이지만 직장이 강릉이에요. 저는 재택근무를 하니까, 남편의 직장이랑 가까운 집을 구하는 게 제일 효율적이었어요. 강릉이 본가인 충주를 오가는 영동고속도로를 타기에도 좋고 양양을 다니기에도 편하기도 하고, ktx도 있어서 여러모로 교통이 편리하더라고요.
사실 주말마다 현남에 왔다고 해도 아예 현남에 사는 건 다른 문제더라고요. 주말 현남생활을 함께 하던 사람들은 주말에 왔다 떠나는 사람들이고, 저는 재택으로 일하고 있으니 일적으로도 만날 사람들이 없어서 현남에 살면 외롭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강릉으로 주거 위치를 정하고 처음 찾아본 게 미술관, 아트센터 같은 문화시설이었어요.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것도 강릉에는 충분히 있기도 하고, 단순히 마트나 병원 같은 편의시설이 가깝기도 하고요. 걸어서 치과 내과 다 있으니까요.
정말 ‘살’ 곳을 알아볼 때는 또 다른 것 같아요.

그럼 현남면에 필요한 게 있다면 뭐라고 생각하나요?

경민 저는 시부모님이 현남에 계시니까 원래 사시던 분들의 입장에서 현남을 지켜보게 돼요. 지금 공사 중인 체육공원 같은 시설들이 젊은 사람들을 위해 필요하기도 하지만 원래 거주하던 노년층들이 많은데 그분들을 위한 인프라가 부서지고 새 건물이 지어지는 게 맞나 싶기도 해요. 체육공원 공사 때문에 저희 할머니 할아버지는 걸어서 가던 게이트볼장을 차를 타고 나가셔야 하거든요. 원래 살던 사람들의 삶의 질이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강아지를 키우니까 산책로가 없어서 불편해서 산책할 수 있는 공원이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런 걱정이 드네요. 물론 체육공원의 시설이 어르신들이 사용하시던 기존의 것들이 잘 포함되어 있다면 문제 없겠지만요.

“이 지역에서, 어떤 일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계속되고 있어요.”

그리고 사실 살기 좋으려면 공원, 편의시설 등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일할 수 있는 사업체가 가장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도시에서 직장 생활 하듯이 괜찮은 벌이와 일적인 안정감을 가질 수 있는 회사가 전혀 없어요. 그래서 저도 이주하기 전에 어떻게 여기서 일하고 살 것인가에 대해 정말, 엄청, 열심히 고민했던 것 같아요. 여기는 자영업이나 혼자 일을 따와서 할 수 있는 프리랜서가 아니면 어려우니까요. 현실적으로 환경적인, 지리적인 조건이 가로막는 부분이 있지만… 계속 여기서 살면서 어떤 일을 어떻게 해나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계속되는 것 같아요.

맞아요.
이 지역에 살면서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일적인 고민은 깊어지고 계속되는 것 같아요. 물론 당연한 거지만 뭔가 무게가 조금 다르달까요?

그럼 마지막으로, 이곳이 내 동네라고 느끼게 된 시점이 있다면요?

경민 음.. 내비를 찍지 않고 돌아다닐 때? 지금은 기사문, 하조대까지도 내비를 찍지 않고 다녀요. 그럴 때 심리적으로 내 동네구나 느끼는 것 같아요. 그만큼 많이 돌아다닌 거니까. 한 1년 정도 사람들이 붐비는 여름이 지나고, 겨울 서핑도 해보고, 모든 계절을 다 겪으면서도 계속 현남을 오가니까 여기가 내 2번째 생활권이구나 생각했어요. 또 그쯤 연애를 하면서 서핑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도 더 많이 올 이유가 생겼으니까 그때부터는 정말 내 생활권이구나 싶었죠.

로컬리스트의 현남생활은 끊임없이 탐색하고 고민하게 되는 지점이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어디에서나 삶의 고민은 계속되는 것이지만요.
이런 고민들도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다면 그 무게가 조금 덜어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