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양양에서 살게 됐나요?
소율 저는 10년 차 공무원이에요. 수원시에서 7년 동안 근무를 했고 전입 신청을 해서 양양에서 근 무한지 만 3년 차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처음 양양은 서핑을 하러 왔었어요. 평소에 취미로 스케이트보드를 탔는데 그때 알게 된 지인이 양양의 서핑 숍에서 일하고 있어서 놀러 갔던 게 시작이었어요. 사실 서핑보다 서퍼 때문에 양양에 왔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서핑을 하러 양양에 오면 보통 1박 2일을 보내게 되는데 직업도, 나이도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파도얘기를 하며 내내 즐거워하고 행복해하는 이 환경이 너무 좋았어요. 저는 일할 때 만나는 사람들이 다 화가 나있었거든요. 어떤 민원이 있는 분들을 마주하게 되니까 당연한 거죠. 뭔가 상실된 인류애가 채워지는 느낌이었어요.
“내가 고민하는 것들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껴졌어요.”
그 사람들을 보면서 ‘이렇게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어떤 것을 하면서, 그걸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삶. 자연 속에서 서핑을 하면서 내가 고민하는 것들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껴지기도 했고, 이런저런 것들이 양양에 애정을 갖게 했어요.
그러다가 7급으로 진급을 하고 나서, 참 힘들고 괴로운 시기가 있었어요. 제가 너무 괴로워하니까 옆에 있던 친구가 ‘너 그럼 양양에 가는 게 어때?’라고 했는데 그 말을 덥석 물었죠. 그렇게 두세 달 만에 양양으로 왔어요. 약간 도피처였던 것 같아요.
그렇게 와서 살아보니 어땠나요?
연고가 있는 곳도 아니고 실제로 살아본 적은 없으니까 힘든 점이 있었을 것 같아요.
소율 정말 잘했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하면 내가 좀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하다가 양양에 오기로 결정을 내렸고, 내가 원하는 곳으로 왔다는 생각에 기쁨 회로가 많이 돌아갔던 것 같아요. 환경적인 변화 자체가 긍정적인 영향을 준 시기였어요. 공무원이라는 직업이었기 때문에 연고는 없었지만 지역 사람들과 위화감 없이 잘 어울릴 수 있었던 것 같고요. 물론 초반에는 당연히 경계하는 태도도 있었지만, 그래도 따듯한 오지랖을 많이 겪었어요. 혼자 내려와 있다니까 더 챙겨준 것들도 있고, 저도 그게 불편하지 않았고요. 미화된 건지 힘들었던 점이 크게 떠오르지가 않아요. 물론 초반에는 일적으로도 적응해야 했으니까 힘들었겠죠? (웃음) 일적인 스트레스는 어디에나 있는 거니까요.

“동네 뒷산이 설악산이잖아요? ”
양양의 어떤 점이 가장 좋은가요?
소율 똑같이 일이 힘들어도 회복 속도가 빨라요. 동네가 주는 것들이 저의 취향에 너무 잘 맞아서 인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수원에 있었을 때는 실내에서 하는 운동을 했었어요. 헬스, 크로스핏 같은. 지금은 러닝, 자전거를 즐겨요. 야외에서. 러닝 하면서 노을 지는 것만 봐도 감동이고, 아침에 자전거를 타고 나가면 반짝이는 윤슬을 보면서 또 감동하고. 수원에 살 때도 그 동네가 고즈넉하고 좋아서 떠날 때 아쉽긴 했는데, 양양에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더 많이, 자주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산도, 바다도, 강도 다 가까우니까. 동네 뒷산이 설악산이잖아요? (웃음) 제가 생각이 진짜 많거든요. 그 생각들을 멀리 내뿜을 수 있는 환경인 것 같아요. 그냥 조용하고, 정겹고, 복잡하지 않아서 단순해질 수 있고. 저랑 잘 맞아요.
그럼 양양이어서 불편함을 느끼는 것들은 없나요?
사실 편의성이 도시에 살던 때와 비교하면 확연히 떨어지기도 하니까요.
소율 로켓배송이 안되는 거요?(웃음) 그거는 적응하는 데 얼마 안 걸리는 것 같아요. 원래 아날로그적인 걸 좋아해요. 최첨단을 잘 따라가지 못하기도 하고요. 없으면 없는 대로 잘 살아요.
아, 근데 그런 마음이 들었던 적이 있어요. 서울에서 온 친구들과 주말에 재밌게 놀다가 친구들은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돌아가고 저는 집으로 가는 길이었는데, 터미널에서 사람들이 참 바쁘게 움직이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내가 아직 나이가 20대이고, 보통 서울처럼 큰 도시에 가고 싶어 하는데 벌써부터 평온하고, 느린 것을 좋아하는 내가 좀 잘못됐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양양 연어가 유명하잖아요. 연어가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것처럼 역주행하는 느낌? 금방 집에 혼자 있으니까 ‘내가 행복하면 됐지’ 하긴 했지만요.
공감해요. 나와 다른 사람들을 보면 그런 생각들이 밀려오곤 하죠.
그럼 이런 양양 생활이 잘 맞을 것 같은 사람이 있다면요? 어떤 사람들에게 추천하면 양양 생활을 좋아할까요?
소율 음.. 대형마트 싫어하는 사람들이요. 제가 그래요, 사실. (웃음) 저는 스타필드 이런데 가면 빨리 집에 가고 싶어요. 물건이 너무 많은 게 피곤하기도 하고. 저는 양양이 뭐가 없어서 좋았어요. 저는 뭔가 없는 게 필요한 사람인 것 같아요. 작은 것에도 자극을 받는 사람이라 조용한 환경이 필요한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여기가 진짜 내 동네라고 느낀 적이 있나요? 있다면 언제예요?
소율 현실적으로 내 집이 생겼을 때요. 작년 말에 집을 사서 인테리어까지 취향껏 했거든요. ‘이제누가 나 못 쫓아낸다.’는 마음이랄까요? 그리고 요즘엔 어디를 가도 아는 사람이 한 명씩은 있어요. 그럴 때 ‘아, 나 양양 사람이구나’ 싶죠. 러닝을 할 때 들리는 동네 카페가 생겼고, 그곳에서 동네 사람들이랑 옹기종기 만나기도 하고. 사장님이 뭔가 챙겨주시기도 하고. 뭔가 주고받을 때 참 따뜻함을 많이 느껴요. 그러면서 여기서의 일상이 자연스러워지는 것 같아요.